|
우울증 선별 진단은 필수 |
우울증은 관상동맥질환의 발생과 재발, 그리고 심장질환으로 인한 사망률 증가의 위험 인자다. 미국심장학회는 관상동맥질환에서 우울증의 선별 진단과 치료에 관하여 다음과 같이 권고하고 있다. (1) 관상동맥질환 환자에게 조기에 우울증 검사를 하고, 이후 반복적으로 우울증 발생 여부를 평가해야 한다. (2) 우울증 선별에는 2개 문항으로 된 Patients Health Questionnaire (PHQ)-2를 활용하고, 우울증이 의심되면 9개의 문항으로 구성된 PHQ-9을 활용한다. (3) 관상동맥질환과 우울증이 공존하는 경우에는 정신과 의사 등의 전문가와 협진을 시행한다.1) |
표 1. 한국판 Patient Health Questionnaire-92)
지난 2주 동안 당신은 다음과 같은 일로 얼마나 자주 불편함을 느낀 적이 있습니까? |
문항 |
전혀
그렇지 않다 |
수일 정도 |
1주일 이상 |
거의 매일 |
1. 일을 함에 있어 거의 흥미가 없거나 즐거움이 없다. |
ⓞ |
① |
② |
③ |
|
2. 기분이 가라앉거나 우울하거나 희망이 없다. |
ⓞ |
① |
② |
③ |
|
3. 잠을 들거나 수면을 유지하는 데 문제가 있거나
또는 수면량이 너무 많다. |
ⓞ |
① |
② |
③ |
|
4. 피로감을 느끼거나 기력이 별로 없다. |
ⓞ |
① |
② |
③ |
|
5. 식욕이 없거나 또는 너무 과식을 한다. |
ⓞ |
① |
② |
③ |
|
6. 당신 자신에 대해 죄책감을 느끼거나, 당신이 패자라고
느끼거나 또는 자신에 대해 실망을 하거나 가족들을
실망시켰다고 생각한다. |
ⓞ |
① |
② |
③ |
|
7. 일에 집중하기가 어렵다 (예. 신문읽기 또는 텔레비전시청) |
ⓞ |
① |
② |
③ |
|
8. 주변사람들이 알 정도로 움직이거나 말하는 것이 느려졌다.
또는 그 반대다(매우 불안하여 평상시와 다르게 주위를 서성댄다). |
ⓞ |
① |
② |
③ |
|
9. 당신이 죽는 것이 더 낫다거나 어떤 방법으로든지
자신의 몸에 상처를 낸 적이 있다. |
ⓞ |
① |
② |
③ |
|
※ PHQ-2: 1번 문항과 2번 문항에서 모두 1점 이상으로 응답한 경우, PHQ-9 전체 설문을 시행한다.
|
표 2. 관상동맥질환 환자에서 우울증의 선별1)
|
우울증 의심해야 하는 임상적 상황 |
1. 증상과 기능적 측면
만성적인 피로
초조, 과민성, 분노
체중 감소
수면 장애
대인관계 및 사회적 활동의 위축
취미 생활, 즐거움을 주는 활동에서 흥미를 잃음
스트레스 상황에 대처하기 힘들어함
자신감의 상실
2. 치료적인 측면
약물 치료 순응도 저하
생활습관개선에 순응하지 않는 경우
기질적으로 설명되지 않는 증상으로 병원을 자주 방문하는 경우
불안이나 비관적인 사고를 경감시키려는 정서적 지지에도 반응하지 않는 경우
심장 재활에도 불구하고 임상적 상태의 호전이 없는 경우 |
우울증 발생 위험 |
관상동맥질환자는 일반인에 비해 우울증 발생 위험이 높다. 급성심근경색 이후 우울증 발생률은 약 20% 정도다.1) 우울증 자가 평가 척도를 활용하여 진단한 경우는 약 30%가 우울증을 경험한다.1) 이러한 수치는 bypass surgery, valve surgery 등에서 관찰되는 것과 비슷한 수준이다.2) 심부전 환자는 다른 심장 질환에 비해 우울증 발생 위험이 더 높다. 심부전의 정도가 심각할수록 우울증의 발생 위험도도 높아진다.3)
다른 내과 질환과 비교했을 때, 심장 질환은 암, 만성폐질환 다음으로 우울증 발생의 위험이 높다.4) 다른 내과 질환의 경우 시간 경과에 따라서 일반적으로 우울증 발생 위험이 낮아지지만, 심장 질환은 우울증의 발생 위험이 지속적으로 높게 유지된다.4) 급성심근경색 직후의 우울증 발생 뿐 아니라, 장기간의 추적 관찰 기간에도 우울증 발생에 지속적인 주의가 필요하다.
관상동맥질환에서 우울증이 동반된 경우 의사의 처방 지시대로 약을 복용하지 않거나, 약 복용을 잊어 버리고, 임의로 약물 복용을 건너 띄는 경우가 우울증이 없는 환자에 비해서 2-3배 이상 높다.5) 우울증이 심할수록 순응도는 낮아진다. 급성심근경색 이후 3개월 동안 지속적인 우울증상을 경험한 환자는 약물 비순응 비율이 그렇지 않은 경우에 비해 4배 이상 높다.6) 처음에는 우울 증상이 있었더라도, 추적 관찰 동안 우울 증상이 해소된 경우에는 우울 증상이 없었던 환자와 동일한 수준의 약물 순응도를 보이게 된다. |
경도의 우울증상도 주의 깊게 관찰해야 |
우울증 증상이 심할수록 심근경색 이후의 사망 위험은 더 높아진다. 급성심근경색 환자 896명을 5년간 추적 관찰한 연구 결과를 보면, 기저 평가 시점에서 Beck Depression Scale (BDI, 우울증 평가 척도) 점수가 높을수록 사망 위험이 점증적으로 높아졌다.7) 주요우울장애 환자는 경도 우울증 (minor depression) 환자에 비해 심근경색 이후 사망 위험이 2배 이상 높다.8)
그런데 급성심근경색 환자에서 주요우울장애 (Major Depressive Disorder, MDD) 보다, 경도 우울증 (minor depression)이나 급성스트레스 반응 (acute stress reaction), 우울증상을 동반한 적응장애 (adjustment disorder with depressive symptoms)이 더 흔하게 관찰된다. 경도의 우울증이 동반된 심장 질환자를 1년간 추적 관찰하면, 약 40%가 주요우울장애로 진행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9) 주요우울장애는 6개월 이내의 조기 사망 위험과 관련되고, 심각도 기준을 낮추어 진단한 우울증은 18개월 사망률을 더 잘 예측해준다.10)11) 따라서, 주요우울장애의 진단 기준에는 미치지 못 하는 우울증상을 가진 환자도 주의 깊게 경과를 관찰해야 하며, 우울증 평가를 반복 시행해야 한다. |
스트레스 관리와 우울증의 예방 |
(1) 마인드 콘트롤 하라고 강요하지 마라.
“나쁜 생각하지 말고 긍정적인 마음을 가지세요. 좋은 생각을 하세요.”라고 말하지 마라. 마인드 콘트롤을 한답시고 ‘나쁜 생각이 머릿속에 들어오는 것을 내가 막아 내야 해. 마음 속에 들어오는 생각을 내 힘으로 바꾸어 놓을 수 있어’ 라고 믿으면 믿을수록 그 생각은 오히려 더 착 달라붙는다. 이것을 ‘생각 억제의 역설적 효과 (paradoxical effect of thought suppression)’ 라고 한다. 의사 중에도 환자에게 ‘마인드 콘트롤 하세요’ 라고 조언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것은 효과가 없을 뿐만 아니라, 환자들을 더 괴롭게 만들뿐이다. 부정적 생각이 떠오르면 차라리 그냥 가만히 있는 편이 훨씬 낫다. 이런 종류의 생각들은 시간이 지나면 반드시 사라진다는 것을 믿고 기다려야 한다.
(2) 심장에 좋은 것은 정신건강에도 좋다.
정신건강을 따로 관리하겠다고 노력할 필요없다. 심장질환 관리와 예방을 위한 것은 우울증을 예방하고 스트레스를 관리하는 데에 그대로 적용된다. 금연, 금주는 말할 것도 없고 신체적 운동을 적절히 유지하는 것만으로도 우울증을 예방할 수 있다. 경도의 우울증은 운동만 잘 해도 치료될 수 있다. 심폐활량이 좋은 사람은 우울증에도 잘 안 걸린다. 마음을 돌보겠다고 따로 노력하지 않아도, 심장내과 선생님께서 권고하는 생활 수칙만 잘 지켜도 정신건강을 지킬 수 있다.
(3) 머리가 아니라, 몸으로 해야 한다.
세상 사람은 모두 스트레스 받으며 산다. 회사 문제, 부부 문제, 돈 문제, 건강 걱정… 세상 일 중에 스트레스 아닌 것이 없다. 전 국민이 스트레스 받고 살지만, 우리 중에 우울증이 생기는 비율은 7% 정도다. 누가 7%에 해당하느냐? 스트레스 받았을 때 머리로만 계속 고민하고, 활동하지 않을 때 그렇게 된다. 머리로만 해결하려고 하면, 오히려 더 꼬이고 괴로워진다. 스트레스가 우울증으로 이어지는 것도 몸을 움직이지 않고 마음만 쓰려고 하기 때문다. 신체 활동으로 스트레스 면역력을 길러야한다. 운동으로 체력을 기르면 스트레스를 이기는 힘을 키울 수 있다. 근육을 키우면 우울증을 예방하는 데에도 도움이 된다. 스트레스 받을 때일수록 신체 활동을 꾸준하게 유지하고, 점진적으로 늘여나가야 한다.
(4) 활동을 작은 단위로 쪼개서 시작하라.
몸을 움직이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머리로는 이해하지만, 몸이 따라주지 않을 때는 해야 할 일을 아주 작은 단위로 쪼개봐라. 산책 하면 기분이 좋아진다는 것을 알아도, 스트레스 받으면 쇼파에 누워있고 싶어지기 마련이다. 이럴 떄는 30분이 아니라, 20분, 10분, 이것도 못 하겠으면, 잠깐이라도 햇빛 좋은 밖으로 나가 벤치에 앉아 있어야 한다. 이것도 힘들다면 집 안에서 왔다 갔다 하면서 몸을 움직여야한다. 하루 종일 집에서 편한 옷만 입고 있는 환자도 보는데, 이럴 떄는 아침에 일어나서 샤워하고 외출복으로 갈아입는 것부터 시작해도 좋다. 작아도 밖으로 드러나는 행동을 조금씩 실천하다 보면, 의욕도 서서히 살아나게 마련이다.
(5) 스트레스를 억지로 풀려고 하지 마라.
스트레스란, 근본적으로 잘 풀리지 않는 문제 때문에 생기는 것이다. 쉽게 해결되는 문제는 스트레스라고 느끼지도 않는다. 스트레스를 억지로 풀겠다고 덤벼들면 문제는 더 꼬이게 마련이다. 발상 자체를 바꿔야 한다. 스트레스는 원래 쉽게 해소하기 힘든 것이다. 고함 지르고, 있는 그대로 감정을 쏟아 낸다고 해소되는 것도 아니다. 스트레스 받는다고 술 마시면, 스트레스 조절 기능은 더 엉망이 된다. 먹는 것으로 스트레스 풀면, 살쪄서 더 스트레스 받는다. 쉽게 풀려고 하면 할 수록, 스트레스는 더 쌓이게 마련이다. 스트레스는 원인을 찾을 수 없거나, 원인을 찾아도 해결되지 않는 것이 대부분이다. 억지로 해결하려고 하다 보면, 쓸데없이 힘만 낭비하게 된다. 견디는 힘을 기르고, 시간의 흐름 속에서 저절로 해결되기를 기다리는 것이 더 나은 결과를 가져 올 때가 많다.
(6) 나를 벗어나, 세상에 몰입하는 시간을 늘여야 한다.
나 아닌 다른 것에 에너지를 쏟지 않은 채 자신에게만 몰두하면, 부정적인 생각만 늘어난다. 더 우울해진다. 우울하고, 불안한 상태에서 자기 자신에게만 파고 들어가면 더 괴로워질 뿐이다. 우울증 환자에게 10분 동안만 자기 자신에 대해 생각해 보라고 하면 어떻게 될까? 더 심한 우울감 속으로 빠져든다. 나를 벗어나, 현실 세상에서 몰입 할 수 있는 일을 찾고, 그것에 더 많은 시간을 쏟아 부어야 한다. 기분 좋아지는 일, 의미를 느끼는 일에 (억지로라도) 몰입하는 시간을 늘여 가야 한다.
(7) 항우울제를 두려워하지 마라.
정신과 치료를 두려워하지 마라. 항우울제는 안전한 약이다. 감정이 스스로 조절이 되지 않고, 짜증과 분노가 늘어났다면 정신과 전문의와 상담해야 한다. 아무리 움직이려고 해도 마음이 꿈쩍도 하지 않는다고 느낀다면, 정신과 진료가 마음의 시동을 거는데 도움이 된다. 생각과 감정, 수면, 의욕과 같은 생리적 기능에 변화가 생겼다면 항우울제 치료를 적극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항우울제는 중독되지 않고, 내성이 생기지 않는다. 부작용도 적다. 심장병 치료 경과에도 도움을 준다. 궁극적으로 삶의 질을 향상시킨다. Sertraline과 Citalopram이 관상동맥질환 환자의 우울증 치료 약제로 가장 선호되는 약물이다.12) 치료 효과뿐아니라, 다른 약물과의 상호작용과 내약성 측면에서도 다른 약제에 비교 우위를 보인다. 과거에 효과 있었던 항우울제가 있다면, 그것을 다시 투여하는 것이 좋다. 삼환계항우울제 (Tricyclic Antidepressant, TCA) 는 심독성 위험이 있으므로 피해야 한다. 항우울제의 효과는 2주 전후에서 나타나므로, 순응도와 부작용을 살펴가면서 꾸준히 복용하도록 사전에 교육하는 것이 중요하다. |
참고 문헌 |
1) Thombs BD, Bass EB, Ford DE, Stewart KJ, Tsilidis KK, Patel U, et al. Prevalence of depression in survivors of acute myocardial infarction. J Gen Intern Med. 2006;21:30-38.
2) Frasure-Smith N, Lesperance F. Recent evidence linking coronary heart disease and depression. Can J Psychiatry. 2006;51:730-737.
3) Rutledge T, Reis VA, Linke SE, Greenberg BH, Mills PJ. Depression in heart failure a meta-analytic review of prevalence, intervention effects, and associations with clinical outcomes. J Am Coll Cardiol. 2006;48:1527-1537.
4) Polsky D, Doshi JA, Marcus S, Oslin D, Rothbard A, Thomas N, et al. Long-term risk for depressive symptoms after a medical diagnosis. Arch Intern Med. 2005;165:1260-1266.
5) Gehi A, Haas D, Pipkin S, Whooley MA. Depression and medication adherence in outpatients with coronary heart disease: findings from the Heart and Soul Study. Arch Intern Med. 2005;165:2508-2513.
6) Rieckmann N, Kronish IM, Haas D, Gerin W, Chaplin WF, Burg MM, et al. Persistent depressive symptoms lower aspirin adherence after acute coronary syndromes. Am Heart J. 2006;152:922-927.
7) Lesperance F, Frasure-Smith N, Talajic M, Bourassa MG. Five-year risk of cardiac mortality in relation to initial severity and one-year changes in depression symptoms after myocardial infarction. Circulation. 2002;105:1049-1053.
8) Penninx BW, Beekman AT, Honig A, Deeg DJ, Schoevers RA, van Eijk JT, et al. Depression and cardiac mortality: results from a community-based longitudinal study. Arch Gen Psychiatry. 2001;58:221-227.
9) Hance M, Carney RM, Freedland KE, Skala J. Depression in patients with coronary heart disease. A 12-month follow-up. Gen Hosp Psychiatry. 1996;18:61-65.
10) Frasure-Smith N, Lesperance F, Talajic M. Depression following myocardial infarction. Impact on 6-month survival. JAMA. 1993;270:1819-1825.
11) Frasure-Smith N, Lesperance F, Talajic M. Depression and 18-month prognosis after myocardial infarction. Circulation. 1995;91:999-1005.
12) Lichtman JH, Bigger JT, Jr., Blumenthal JA, Frasure-Smith N, Kaufmann PG, Lesperance F, et al. Depression and coronary heart disease: recommendations for screening, referral, and treatment: a science advisory from the American Heart Association Prevention Committee of the Council on Cardiovascular Nursing, Council on Clinical Cardiology, Council on Epidemiology and Prevention, and Interdisciplinary Council on Quality of Care and Outcomes Research: endorsed by the American Psychiatric Association. Circulation. 2008;118:1768-1775. |
|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