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 혈액형 검사(ABO typing)
검사 : 진단검사
ABO 혈액형 검사를 통해 본인의 ABO 혈액형을 확인할 수 있고, 수혈이 필요한 경우 어떤 종류의 혈액을 선택해야 하는지 판단할 수 있습니다.
적혈구의 표면에는 수많은 구조물들이 있습니다. 이 구조물들 중에는 적혈구의 표면에서 중요한 일을 하고 있는 것들도 있고 아직 그 기능이 밝혀지지 않은 것들도 있습니다. 이 구조물들은 생체 내에서 면역학적인 자극을 통해 항체(항원과 특이적으로 결합하여 면역반응을 일으키는 물질)를 생성하도록 작용하는 항원으로서의 기능을 수행하기도 합니다.
적혈구 표면의 항원들은 그 구성과 조합에 개인마다 조금씩 차이가 있으며, ABO 혈액형을 비롯하여 Rh, MNSs, Duffy, Kidd, Kell, Lewis 등 여러 종류의 적혈구 혈액형 항원들이 존재합니다. 이렇게 수많은 혈액형들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ABO 혈액형과 Rh 혈액형입니다. 수혈 시 ABO/Rh 혈액형을 적합하게 맞춰주지 않으면 용혈성수혈부작용이라는 중요한 합병증이 발생할 위험이 높기 때문입니다.
ABO 혈액형은 적혈구 뿐만 아니라 신장, 간, 심장과 같은 장기에도 발현이 되어 있습니다. 따라서 이식 후 거부반응을 피하기 위해 장기이식을 할 때에도 ABO 혈액형을 맞춰주는 것이 필요하지만, 최근에는 의료기술의 발전으로 ABO 혈액형이 맞지 않는 경우라도 장기이식이 가능하게 되었습니다.
ABO 혈액형은 A형, B형, O형, AB형으로 구분되며 유전자에 의해 표현됩니다. 위의 그림과 같이 ABO 혈액형 항원은 탄수화물인 당사슬(sugar chain)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O형 적혈구의 표면에는 ABO 혈액형 항원의 기본이 되는 H-chain이라는 구조물이 존재합니다.
A형과 B형은 항원 구조가 아주 비슷한데, H-chain의 끝부분에 추가로 N-acetylgalactosamine이 부착되면 A형이 되고 galactose가 부착되면 B형이 됩니다. AB형은 A형과 B형의 구조물을 모두 가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분자구조를 가진 항원들이 적혈구 한 개당 수십만 개 이상 존재하고 있습니다.
A형인 사람은 항-B 항체(anti-B)를, B형인 사람은 항-A 항체(anti-A)를, 그리고 O형인 사람은 anti-A 및 anti-B 모두를 '이미' 가지고 있습니다. AB형인 사람은 두 종류의 항원을 모두 가지고 있으므로 anti-A 및 anti-B 모두를 생성하지 않습니다.
만약 A형인 사람에게 B형 적혈구를 수혈하게 되면 A형인 사람이 '이미' 가지고 있는 anti-B가 수혈된 B형 적혈구와 체내에서 반응하여 급성 용혈성수혈부작용이 일어나게 됩니다. 그러므로 수혈 시에는 수혈을 받는 사람이 보유하고 있는 항체에 대한 항원을 지니고 있는 적혈구가 수혈되지 않도록 ABO 혈액형을 반드시 맞춰줘야 합니다.
Anti-A와 anti-B가 각각 해당되는 A항원 및 B항원과 체내에서 만나면 적혈구를 파괴시키는 용혈현상이 발생하지만, 체외에서 검사를 시행할 때에는 육안으로 관찰 가능한 적혈구의 응집현상이 일어납니다. ABO 혈액형 검사는 이러한 적혈구의 응집반응을 원리로 이용하여 이루어지는데, 혈구형 검사와 혈청형 검사 두 가지 방법으로 시행됩니다. 혈구형 검사에서는 검사 대상자의 적혈구를 anti-A 및 anti-B 시약과 반응을 시키고, 혈청형 검사에서는 검사 대상자의 혈청(혈액 내의 세포 구성물을 제외한 액체 성분)을 A형 및 B형 혈구 시약과 반응을 시켜 각각의 응집 여부를 확인하여 혈액형을 판정합니다.
O형인 사람은 A, B항원에 대한 항체인 anti-A 및 anti-B를 모두 가지고 있기 때문에 A형, B형, AB형의 혈액을 수혈받을 경우, 환자의 항체들이 수혈된 적혈구와 반응하여 이를 파괴시키는 용혈성수혈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O형인 사람에게는 O형 적혈구만 수혈이 가능합니다. A형인 사람은 B항원에 대한 항체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B항원이 없는 A형 또는 O형 적혈구 수혈이 가능합니다.
마찬가지로 B형인 사람은 A항원에 대한 항체를 가지고 있으므로, A항원이 없는 B형 또는 O형 적혈구 수혈이 가능합니다. AB형인 사람은 A, B항원에 대한 항체를 모두 가지고 있지 않으므로 AB형, A형, B형, O형 적혈구 수혈이 모두 가능합니다. 그러나 응급 상황이 아닌 일반적인 경우 동일한 혈액형의 제제를 수혈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수혈 전 검사
부적합한 혈액의 수혈로 인해 일어나는 항원-항체 반응은 심각한 용혈성수혈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으므로, 수혈이 필요한 환자와 수혈될 혈액 사이의 ABO 및 Rh 혈액형의 적합성 검사는 매우 중요합니다.
O- 혈액
RhD 음성 O형 헌혈자의 혈액은 매우 귀합니다. 이들은 A, B, RhD 모두에 대해 항원을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에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환자에게 이들의 혈액이 수혈 가능하므로 다양한 응급 상황에서 소중하게 사용됩니다.
한국인 분포
한국인의 ABO 혈액형 빈도는 대략 A형이 34%, B형이 27%, AB형이 11%, O형이 28% 정도로 알려져 있습니다.
친자 감별
A항원 또는 B항원이 약하게 표현되거나(A, B의 아형) cis-AB 유전자를 가진 경우, ABO 혈액형 검사 시 일관되지 않은 결과를 보여 혼선을 일으키거나 부모와 자식 사이에 일반적인 상식에 맞지 않는 혈액형을 가진 것으로 나타날 수 있습니다. 이 때문에 ABO 혈액형에 대한 잘못된 판단으로, 가족 사이에 오해로 인한 불필요한 갈등이 발생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이 경우 유전자 검사를 포함한 혈액형 정밀검사가 필요할 수 있으므로, ABO 혈액형 결과를 친자 확인의 기준으로 삼아서는 안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