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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 치료를 포기하고 싶은 생각이 든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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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하던 것보다 더 고된 암 치료 때문에
치료를 그만두고 싶다고 생각하신 적이 있으신가요?

#서울아산병원 #암행의사 #암환자

[정신건강의학과 김하린 교수]

안녕하세요. 암환자와 동행하는 의사들의 이야기, 암행의사 김하린입니다. 오늘 여러분의 기분은 어떠신가요? 우울감에 빠져 있거나 걱정이 너무 많지는 않으신가요? 오늘은 치료를 받고 계신 암환자분들께서 평소에 많이 고민하시는 부분에 대해 이야기해보려고 합니다.

- 저에게 왜 암이 생긴 걸까요?
: 암을 진단받은 적이 있는 분들은 모두 다 공감하실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도대체 이 병이 나한테 왜 생긴 건지 납득이 잘 안 된다고 말씀하시는데요. 남들보다 특별히 잘못한 것도 없고, 혹은 건강 하나만큼은 정말 자신 있었는데, 혈압약 한번 먹어본 적 없는데 이렇게 큰 병에 걸린 게 이해가 잘 안 된다고요. 우리 몸은 항상 새로운 세포들이 생기고, 잘못 만들어진 세포는 없어지는 그런 과정을 반복한다고 합니다. 그런데 잘못 만들어진 세포가 무슨 이유에서든지 제거가 되지 않으면 암세포가 될 수 있다고 합니다. 왜 애초에 잘못 만들어진 세포가 생겨나는지, 또 왜 잘 없어지지 않았던 것인지는 아직도 알 수 없어서 의학이 해결해야 할 과제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는 환자분들께 암에 걸리는 것은 교통사고를 당하는 것과 비슷하다는 말씀을 드리기도 합니다. 안전 운전을 하면 사고가 날 가능성이 낮아지는 것은 맞지만, 내가 아무리 노력을 해도 교통사고가 발생하는 경우도 있잖아요. 그런 것처럼 아무리 건강 관리를 잘 해왔어도 암이 발생하는 경우도 있는 거죠. 암환자가 된 것을 너무 자기 탓을 하거나 자책하시는 분들께 꼭 드리고 싶은 말씀입니다.

암을 진단받으면 잘 납득하지 못하는 것은 다른 나라도 마찬가지인 것 같습니다. 서양에서도 예전부터 ‘암에 잘 걸리는 성격이 있다’ 이런 개념이 있었습니다. 특정 유형의 성격을 가진 사람들이 암에 더 잘 걸린다는 개념이었는데, 현대 의학에서는 이러한 개념을 인정하고 있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마치 성격이 고약해서 벌을 받은 것처럼 암환자를 낙인찍는 느낌이 들뿐더러, 후속 연구에서는 성격 때문에 암이 생기는게 아니라 암 치료 과정 중에 성격이 예민해진 것처럼 보일 수도 있다는 것이 밝혀졌기 때문입니다. 유전 질환처럼 명확하게 원인이 밝혀진 일부 암종을 제외하고는, 암의 원인을 찾기 위해서 끊임없이 고민하는 것은 가급적 짧게 끝내고 정리하시는 것이 좋겠습니다. 중요한 것은 암은 누군가의 잘못으로 인해 생기는 것은 아닙니다.

- 가족들에게 힘든 걸 말해도 되나요?
: 암을 진단받는 순간 자동적으로 죽음에 대한 생각을 떠올리는 경우가 많죠. 죽음의 가능성이 있다는 것은 그 사람에게는 엄청난 위기의 순간입니다. 암을 치료받는 과정도 평소에 막연하게 생각한 것보다도 훨씬 더 고되고 장기화되는 경우가 많은 것 같습니다. 그런 인생의 고비에서 가족들에게도 힘든 점을 털어놓지 못 하면, 도대체 언제 가족 간에 힘든 감정을 털어놓을 수 있을까요.
힘들면 힘들다고, 무서우면 무섭다고 솔직하게 말해주세요. 힘들다고 말하는 것은 자존심 상하는 일이 아닙니다. 이러한 감정 상태는 혼자서 티 안내고 감내하다 보면 언젠가는 터져 나오기 마련입니다. 본인이 솔직하게 힘들다고 털어놓고 도움을 요청하는 것이 가장 건강한 모습일 것입니다.

- 암환자의 불면증은 당연한 건가요?
: 암환자의 불면증은 정말 너무나 흔한 현상입니다. 실제로 거의 모든 암환자가 치료 중에 반드시 한 번 이상은 겪게 되는 과정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예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암환자의 불면증을 당연한 것으로 여겨서 평가 절하해서는 안 되겠습니다. 불면증이 심각할수록 삶의 질이 떨어지는 것은 잘 알려져 있는 사실이고. 스트레스를 많이 받거나 신경 쓸 일이 많아서 불면증이 생기는 경우도 많은데, 치료 약제의 부작용이나 통증 때문에 불면증이 심각해지는 경우도 많습니다. 따라서 일상에 방해를 받을 정도로 잠을 못 주무시는 분들은 그 원인에 대해서 의료진과 상담해보시고 필요하면 약물의 도움을 받으시는 것을 권유드립니다.

항암제를 포함해서 먹고 있는 약이 굉장히 많은데, 수면과 관련된 약을 더 먹는 것이 걱정스럽다고 말씀하시는 분들이 굉장히 많은데요. 사실 대부분의 경우 굉장히 안전하다고 알려져 있고, 특히 수면에 관련된 약을 복용하는 것이 원래 갖고 있는 암에 어떤 악영향을 끼치거나 받고 계신 치료에 방해를 하는 작용은 없다고 알려져 있기 때문에 너무 큰 고민은 안 하셔도 될 것 같습니다.

- 치료를 그만두고 싶을 땐 어떻게 해야 하죠?
: 저는 상담 중에 암 치료를 포기하고 싶다는 말을 정말 많이 듣게 됩니다. 처음에는 무조건 할 수 있는 치료는 끝까지 다 받겠다고 말씀하시던 분들도 어느 순간 이제는 그만두고 싶어졌다는 마음을 표현하시기도 합니다. 암 치료를 중단하는 것은 정말 중요한 결정인 것은 분명하겠죠? 그렇기 때문에 더욱 더 신중하게 치료의 득과 실을 따져서 판단하셔야 합니다. 제 경험으로는 치료가 길어지면서 너무 지친 나머지 감정에 휩쓸려서 그만두고 싶다고 말씀하시는 경우가 더 많았던 것 같습니다. 저는 환자분들이 문득 포기하고 싶은 생각이 들어도 이내 마음을 다잡으시는 것을 보면 마음이 건강하게 작동하고 있다는 생각을 해요. 만약에 포기하고 싶은 마음이 지속적이거나 너무 자주 반복되는 상황이라면 우울증을 꼭 의심해 봐야겠습니다. 적어도 우울한 감정 때문에 성급히 치료를 중단하는 것은 경계해야겠죠?

반면에 어떤 경우에는 정말 이성적으로 치료의 효과, 질병의 예후, 경제적 여건, 가족들의 뜻을 모두 면밀히 고려해서 치료를 중단하시는 분들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런 경우에도 치료를 중단하는 것이 너무 섣부른 판단은 아닌지, 질병에 대해 오해하고 있는 부분이 있어서 판단을 잘못 내리는 것은 아닌지 꼭 암 치료를 담당하는 주치의 선생님과 한 번은 반드시 상의하시길 바랍니다.

- 재발할까 봐 너무 걱정되면 어떡하죠?
: 환자와 환자 가족이 가장 걱정하는 것은 역시 암이 재발하거나 암이 커지는 것이겠지요. 즐겁게 잘 지내시다가도 3개월에 한 번씩 정기 검사를 받는 날이 다가올수록 표정이 굳기 시작한다는 말을 많이 듣습니다. 검사 결과가 깨끗하다는 말을 들으면 굉장히 안심하면서 다음 3개월을 편안하게 생활하시는 분들이 많아요.
그런데 의료진들도 항상 똑같은 것을 걱정하면서 치료를 하고 있습니다. 병원은 정말 다양한 사람이 협업하는 큰 조직입니다. 모든 의료진들이 환자의 치료라는 단 하나의 목표를 위해서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는 것을 명심해주세요. 혹여나 치료 과정 중에서 실망스러운 결과가 있었다고 하더라도, 그 다음에는 어떻게 하는 것이 최선일지 항상 모든 의료진들이 함께 고민하고 있습니다.

- 죽음에 대한 공포가 너무 심할 땐 어떡하죠?
: 암으로 곧 죽을까봐 두렵다고 말하는 것은 과연 어떤 심정일까요? 저도 늘 상담을 하고 있지만 죽음이라는 것은 저 자신도 알지 못하는 분야입니다. 환자분들도 한 번도 경험해본 적이 없으시겠죠. 모르는 것이니까 더 낯설고 막연하고 두렵게 느껴질 수 밖에 없는데, 환자분과 다른 사람들과의 차이점이라고 한다면 환자분께는 죽음이 막연한 것이 아니라 언제든 들이닥칠 수 있는 현실이라는 것입니다. 죽고 나면 그 다음이 없습니다. 보통은 아무리 큰 실수를 하더라도 그것을 만회할 수 있는 다음 기회가 주어지는 법인데, 죽음 이후에는 또 다른 기회란 존재하지 않는 것이죠. 마치 이 세상에서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았던 것처럼 그냥 갑자기 사라져버리는 느낌일 겁니다.

그런데 죽을까봐 무섭다고 하시는 분들의 이야기를 자세하게 들어보면 막상 죽음이라는 현상 자체에 주목하는 경우는 적은 것 같습니다. 오히려 죽음에 이르는 과정을 무서워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통증이 심한 상태일까봐 겁내시는 분들이 가장 많은 것 같고, 치료 과정으로 인해서 자존감이 낮아지는 것을 두려워하시거나 아니면 가족들에게 부담을 지우는 것을 근심하시는 분들도 있습니다. 내가 내 한 몸을 제대로 컨트롤하지 못한 상태에서 사망하는 것을 굉장히 비참하다고 여기시기도 합니다. 각자가 가장 두려워하는 상황이 무엇인지를 조금 더 명확하게 생각해보고, 오히려 그 두려움을 마주하게 되면 의외로 마음이 무덤덤해지는 경험을 하시는 분들도 많은 것 같습니다. 또 역으로 내가 인생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겨왔던 것이 무엇인지를 한 번 더 점검하고 현재에 충실해지는 계기가 되기도 합니다.

- 암환자는 어떻게 지내면 좋을까요?
: 최근 코로나19 이후에 ‘새로운 표준’이라는 의미로 뉴 노멀이라는 단어가 주목을 받은 적이 있습니다. 말 그대로 정상적인 상태를 다시 새롭게, 완전히 새롭게 정의해야 한다는 뜻으로 저는 이해하고 있습니다. 우리 암환자에게도 뉴 노멀의 개념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치료 전과 치료 후로 신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변화된 것이 별로 없다면 가장 좋겠지만, 많은 분들이 치료를 받으면서 여러모로 변하시곤 합니다. 가장 두드러지는게 아무래도 체력이 떨어지고 의욕이 줄어든다는 말씀을 많이 하십니다. 그래서 예전에 아무렇지 않게 했던 일들이 이제는 버겁게 느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변화를 당연한 과정으로 받아들이시고 새롭게 자신만의 삶의 방식을 찾아가셔야 하겠습니다. 본인만의 루틴 활동을 찾으셔서 꼭 유지하시기를 권유드립니다. 제 경험에는 환자분들이 종교 생활에 전념하시거나, 반려동물을 키우시거나, 식물을 가꾸시는 분들이 많으신 것 같습니다. 본인만의 루틴 활동을 찾으셔서 꼭 그것을 유지하시길 권유드립니다.

- 정리
: 정말 치료를 받고 있는 이 순간이 너무나 힘드실 것으로 생각합니다. 그렇지만 치료 중에도 각자의 삶은 계속되고 있다는 것을 꼭 염두에 두셨으면 좋겠습니다. 철학자 고 김진영 선생님이 암 투병 중에 쓰신 글귀가 생각이 나는데요, ‘암 치료라는 하나의 직선과 나의 삶이라는 또 하나의 직선이 평행선이 되는 것이 좋다’고 하셨습니다. 저는 치료는 치료대로 흘러가고, 내 인생은 내 인생대로 흘러가야 한다는 뜻으로 이해했습니다. 어떤 이유에서든 이 두 직선이 겹치게 되는 순간 괴로움이 생길 수 있기 때문에 끊임없이 그 둘 사이를 벌리는 작업을 해야 합니다. 너무 암 치료에 몰두돼서 인생에서 놓치는 것들이 많아지면 안 되겠습니다. 혹시 도움이 필요하시면 정신건강의학과에 방문하셔서 꼭 상담하시고 도움을 받으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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